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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 뇌를 지배한다? 행동을 반복하는 진짜 이유

by What I need 2025. 5. 22.

 

새해가 되면 많은 분들이 "올해는 꼭!" 하고 다짐하는 것들이 있죠. 금연, 다이어트, 아침형 인간 되기 등등. 하지만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번 들인 습관을 바꾸거나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저도 예전에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가 알람 소리에도 꿈쩍 않는 제 자신을 보며 좌절했던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도대체 우리는 왜 특정 행동을 지겹도록 반복하고, 또 바꾸기는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그 비밀은 바로 우리 뇌 속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행동을 반복하는 진짜 이유, 뇌 과학적 관점에서 '습관'의 정체를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뇌 속에 숨겨진 비밀 통로, '습관 회로'의 발견

우리가 무심코 반복하는 행동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하거나, 특정 시간에 커피를 마시는 행동 뒤에는 뇌의 정교한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미국 MIT의 앤 그레이빌(Ann Graybiel) 교수와 다트머스대의 카일 스미스(Kyle Smith) 교수의 연구는 이 분야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는데요, 바로 우리 뇌 안에 '습관 회로(habit circuits)' 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자주 다니는 길이 닳아서 더 편한 지름길이 되는 것처럼, 어떤 행동을 반복하면 이 '습관 회로'가 활성화되고, 한번 이 회로에 걸려들면 그 행동은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마치 뇌 속에 보이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가 있어서 특정 상황이 되면 나도 모르게 그 벨트 위에 올라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습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뇌 속 3단계 공정 과정

그렇다면 이 '습관 회로'는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걸까요? 연구팀은 주로 쥐를 이용한 동물 실험을 통해 습관 형성 과정을 3단계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마치 제품이 공정을 거쳐 완성되듯, 우리의 습관도 뇌 속에서 체계적인 단계를 밟아 만들어집니다.

  1. 1단계: 새로운 행동 학습 (인지적 노력의 시기)
    • 우리가 어떤 새로운 행동, 예를 들어 자전거 타기를 처음 배울 때를 생각해 보세요. 넘어지지 않으려고 온 신경을 집중하고, 페달을 밟는 발과 핸들을 잡은 손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때 우리 뇌에서는 생각하고 판단하는 영역인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PFC) , 그리고 행동과 보상에 관련된 선조체(Striatum) 중뇌(Midbrain) 가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뇌는 이 낯선 경험을 적극적으로 학습하고, 그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며 정보를 처리합니다. 마치 신입사원이 새로운 업무를 배우기 위해 매뉴얼을 꼼꼼히 읽고 선배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모습과 같아요.
  2. 2단계: 습관 형성 (자동화 시스템 가동!)
    • 자전거 타기가 몇 번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요? 처음처럼 모든 동작에 신경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페달을 밟고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놀랍게도 뇌의 'CEO' 역할을 하던 전전두엽의 활동이 점차 줄어듭니다. 대신, 행동의 실행과 관련된 선조체 와 감각 정보를 처리하고 운동을 계획하는 감각운동피질(Sensorimotor Cortex) , 그리고 중뇌 사이의 연결망이 점점 더 굳건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행동의 '자동화' 가 일어나는 것이죠. 뇌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반복적인 행동을 무의식적인 영역으로 넘겨버리는 것입니다. 경력직 사원이 익숙한 업무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도 능숙하게 처리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3. 3단계: 습관 각인 (빼도 박도 못하는 깊은 뿌리)
    • 습관이 우리 몸과 마음에 완전히 새겨지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이제 자전거 타기는 특별한 노력 없이도, 심지어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가능한 행동이 됩니다. 이 단계가 되면 선조체 의 활동은 변연계아래피질(Infralimbic Cortex) 이라는 또 다른 뇌 영역이 관리하게 됩니다. 마치 습관의 '관리 감독관'이 생기는 셈이죠. 그리고 중뇌 는 계속해서 활성화되어 도파민(Dopamine) 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합니다. 이 도파민은 우리에게 쾌감과 만족감을 주어 그 행동을 계속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강화제 역할을 합니다. "아, 자전거 타니까 기분 좋다!"라는 느낌이 반복되면서 습관은 더욱 강력하게 우리 뇌리에 박히는 것입니다.

나도 모르게 움직인다? 의식의 개입 없는 자동 반응

결국 '습관'이란, 여러 단계의 행동이 하나의 덩어리(chunk)로 묶여서 특정 신호(cue)에 의해 자동적으로, 그리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실행되는 현상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 과정에 의사 결정이나 복잡한 생각을 담당하는 전전두피질(의식적인 뇌) 이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꽤 정교하고 복잡해 보이는 행동조차 자신도 모르게 수행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운전 경력이 오래된 사람이 집에서 회사까지 운전할 때,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언제 기어를 바꿔야 할지 등을 거의 생각하지 않고도 능숙하게 운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운전 중에 다른 생각을 하거나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죠. 식사 후에 무심코 담배를 꺼내 무는 행동, 특정 시간이 되면 스마트폰 앱을 열어보는 행동, 자기 전에 꼭 웹툰을 봐야 잠이 오는 행동 등도 모두 이런 뇌의 자동화된 습관 회로 때문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퇴근하고 집에 오면 저도 모르게 소파에 앉아 TV 리모컨부터 찾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게 바로 전형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긋지긋한 묵은 습관,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오래된 습관일수록 뇌의 습관 회로가 그만큼 견고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에 고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큰 충격을 받거나 굳은 결심으로 한동안 나쁜 습관을 끊었다고 해도, 아주 사소한 계기(cue) 하나만 주어지면 마치 봉인이 풀린 것처럼 순식간에 원래 습관으로 돌아가 버리곤 합니다. 다이어트 중에 우연히 맡게 된 치킨 냄새에 무너지는 것처럼요.

그렇다면 이 강력한 습관의 굴레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는 걸까요? 다행히 그레이빌 교수와 스미스 교수는 나쁜 습관을 극복하고 좋은 습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1. '계기'를 없애라! (Temptation Bundling의 역발상)
    • 나쁜 습관을 유발하는 환경적 요인, 즉 '계기(cue)'를 최대한 제거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밤마다 과자를 먹는 습관을 고치고 싶다면, 아예 집이나 사무실에 과자를 사두지 않는 것이죠.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습관 개선에도 적용되는 셈입니다. 제가 야식을 끊을 때 가장 먼저 했던 일이 냉장고에 배달 음식 전단지를 모두 치우고, 밤늦게 TV 음식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것이었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2. 좋은 습관을 위한 '계기'를 만들어라! (Trigger is Key)
    • 반대로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그 행동을 시작하게 만드는 '계기'를 의도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침 운동을 목표로 한다면, 전날 밤에 미리 운동복과 운동화를 현관이나 침대 옆에 준비해두는 거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운동 장비가 눈에 보이면 "아, 운동해야지!" 하고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훨씬 커집니다. 작은 성공 경험이 쌓이면 좋은 습관도 점차 강화될 수 있습니다.
  3. 변연계아래피질 조절 (미래의 희망)
    • 아직은 동물 실험 단계의 이야기이지만, 연구팀은 변연계아래피질 뉴런의 활동을 억제하자 쥐들이 습관화된 행동을 멈추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이는 미래에 이 뇌 네트워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이나 치료법이 개발된다면, 중독처럼 끊기 어려운 나쁜 습관을 극복하는 데 획기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습관과 강박, 어떻게 다를까?

가끔 "내 이 행동은 습관일까, 아니면 강박일까?"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습관과 강박증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바로 '의지력' 으로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한지와 그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느끼는 '불안감의 정도' 입니다. 또한, 어떤 습관이 자신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의식' 하고 있어야만, 의지력을 동원하여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습니다. 만약 특정 행동을 하지 않으면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수많은 행동들. 그 배경에는 이처럼 정교하고 효율적인 뇌의 '습관 회로'가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한번 만들어진 습관 회로를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 원리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좀 더 현명하게 우리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나쁜 습관의 고리를 끊고, 원하는 좋은 습관을 만들어가는 여정, 오늘부터 뇌 과학과 함께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FAQ

Q1. 뇌의 '습관 회로'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A1. 특정 행동을 반복할 때 뇌의 특정 영역들이 연결되어 만들어지는 신경 경로입니다. 이 회로가 활성화되면 해당 행동이 자동적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Q2. 습관 형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부위는 어디인가요?

 

A2. 초기 학습에는 전전두엽이 중요하지만, 습관이 형성되고 자동화되는 데에는 선조체, 감각운동피질, 중뇌, 그리고 변연계아래피질 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Q3. 오래된 습관은 왜 그렇게 고치기 어려운 건가요?

 

A3. 오래된 습관일수록 뇌의 습관 회로가 매우 견고하게 굳어져 있고, 관련 행동이 거의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의식적인 노력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 단계이기 때문이죠.

 

Q4. 도파민은 습관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A4. 도파민은 특정 행동을 했을 때 쾌감이나 보상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이 긍정적인 느낌이 행동을 반복하도록 강화시켜 습관을 더욱 공고히 만듭니다.

 

Q5. 한번 생긴 나쁜 습관도 완전히 없앨 수 있나요?

 

A5. 완전히 '삭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의식적인 노력과 환경 변화를 통해 나쁜 습관의 발현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좋은 습관으로 대체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습니다.

 

Q6. 습관을 바꾸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무엇일까요?

 

A6. 자신이 바꾸고 싶은 습관을 명확히 인지하고, 그 습관을 유발하는 '계기(cue)'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도 찾을 수 있습니다.

 

Q7. 일반적인 습관과 강박적인 행동은 어떻게 다른가요?

 

A7. 습관은 어느 정도 의지력으로 조절하려 노력할 수 있지만, 강박적 행동은 하지 않으면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박은 의지만으로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Q8. 좋은 습관도 나쁜 습관처럼 뇌에서 같은 방식으로 형성되나요?

 

A8. 네, 기본적인 뇌의 메커니즘은 동일합니다. 반복적인 행동을 통해 뇌에 특정 회로가 강화되는 원리는 같으므로, 의도적으로 좋은 행동을 반복하면 좋은 습관도 만들 수 있습니다.